영화계에 쏘아 올린 작은 공, ‘부산국제영화제’

 

세계 3대 국제 영화제인 ‘칸 국제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 ‘베니스 국제 영화제’. 이와 견주어 아무런 손색이 없을 만한 국제 영화제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올해로 24번째 생일을 맞은, 어쩌면 아시아권 영화인들의 평생 염원이기도 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이다. 매년 새로운 특별 프로그램을 자신 있게 선보이며 팔색조의 매력으로 극찬을 한 몸에 받는 BIFF. 열흘간 펼쳐진 그 웅장한 내막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올해의 원석을 함께 열어보자.

제1회 아시아콘텐츠어워즈에서 ‘엑셀렌스 어워드 상’을 수상한 배우 김재중의 모습이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처음이라 더 특별한, <ACA>

BIFF는 매년 영화제마다 아시아필름마켓을 개최하고 있다. 아시아필름마켓 내에선 영화 기획, 제작, 배급, 투자, 판권의 판매 및 구매 등 영화 창작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산업의 장이 펼쳐진다. 더불어 영화라는 한정적 종목에 치중되어 있던 지난날들과는 달리, 제24회 BIFF에는 아시아 내 TV드라마를 대상으로 분야별 기여도를 측정해 시상하는 ‘아시아콘텐츠어워즈(ACA)’를 영화제와 아시아필름마켓이 협력해 신설했다.

아시아콘텐츠어워즈의 첫 신호탄은 지난 6일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에서 쏘아 올려졌다. 그야말로 중국, 일본, 아세안 등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시상식이었다. 어림잡아 시상식 시작 네 시간 전부터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입구조차에도 다가가지 못할 정도의 인파가 장벽을 이뤘고 이에 기자 또한 난감했다. 각국 아세안 관광객들이 즐비했고 현장에서 판매하는 표를 타 국적의 관광객들에게만 암암리에 건네주는 ‘무료 암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자국민에겐 돈을 받고도 안 팔지만 타 국민에겐 무료로 건네주는 상황이라니. 참으로 이상하고도 희한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콘텐츠어워즈는 참가국을 대표하며 지난 5년 내 방영된 TV드라마로 수상 후보 작품에 제한을 뒀다. 시상부문은 총 8개로 선정됐다. 수상자와 작품은 다음과 같다. △베스트 크리에이티브(미스터 선샤인) △베스트 아시아 드라마(호르몬·패컬티) △엑셀런스 어워드(김재중) △남자배우상(레이지아인·김남길·야마다 타카유키) △여자배우상(야오 첸·마하 살바도르) △공로상(레이먼드 리 와이 만) △베스트 작가상(박해영·루시유안) △베스트 라이징스타(팡롱) △신인상(케미사라 팔라데시·사난타찻 티나팟피살·진시옹하오·장다페이·모리타 미사토).

 

찬란한 당신의 도전을 응원하며

2018년 5월, 인도 전역의 힌두교도들이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힌두교 계층 중 최하층 신분인 달리트 계급의 청년이 자신의 결혼식 날 상위 계층인 타쿠르 계급이 거주하는 마을을 가로질러 가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그저 사람들의 발 떼가 묻은 하나의 ‘길’일 뿐인데 무엇이 그들을 화나게 한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까지 신분 사회가 존재하는 자신들의 세상에서 자신보다 지위나 계급이 낮은 계층의 사람이 ‘감히’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의 길에 발을 들인 것. 단지 그뿐이다. 결과적으로 그가 타쿠르 계급의 이들이 거주하는 곳을 지나가는 것은 가능해졌다. 이 일이 공론화되고 난 뒤 경찰과 언론은 타쿠르 계급을 재촉했고 결국 그들도 마음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무언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세상의 곳곳에 여전히 인권의 불공평함이 남아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들은 불공평함의 잔재들을 ‘전통’이라고 부르며 이에 대항하려는 이들을 배척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이들이 있다. 인도의 디파 메타(Deepa MEHTA), 베트남의 트린 민하(TRINH T. Minh-ha), 말레이시아의 야스민 아흐마드(Yasmin AHMAD) 영화감독이 대표적이다. BIFF는 이들의 공을 인정하는 듯 당차게 특별기획프로그램 ‘응시하기와 기억하기-아시아 여성 감독 3인전’을 개최해 감독과 영화를 초청했다. 이들은 성차별, 여성 인권 유린, 계급 사회 등 불필요한 잔재를 영화로 상기시킨다. 그리곤 이에 대해 혁신을 가했다.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듯, 이들의 움직임은 보이는 것보다 가히 역동적이다. 마치 ‘이런 문화가 전통이라면 난 그 전통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어’라고 입을 모아 외치는 듯 보인다.

‘응시하기와 기억하기-아시아 여성 감독 3인전’에 초대된 작품은 각각 이렇다. 디파 메타 감독의 △흙 △불 △물, 트린 민하 감독의 △베트남 잊기 △재집합 △그녀의 이름은 베트남, 야스민 아흐마드 감독의 △묵신 △탈렌타임.

 

25BIFF를 기다리며

제24회 BIFF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제22회 BIFF ‘다이빙 벨 사태’는 한여름 밤의 꿈인 듯, 발전된 프로그램 진행과 개최로 이제는 다 극복했다는 것을 암시하더니 마지막까지 이렇게나 잘 해냈다. 제23회 BIFF까지도 진행이나 초청 작품에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가 있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처럼 BIFF도 무겁게 앓고 나니 성장한 것이다.

이번 BIFF는 어느 아시아 참가국보다 우리나라에 가장 의미 깊은 해이지 않나 싶다. BIFF 개막과 함께 한국영화 계는 100주년을 맞이했다. 백세 시대에 걸맞게 한국영화도 함께 장수해 나가고 있다. 한국영화의 100번째 생일을 기념해 많은 기관에서 축하 행사를 준비했고 이에 BIFF도 가세했다. 특별기획프로그램으로 ‘응시하기와 기억하기-아시아 여성 감독 3인전’과 함께 ‘한국영화 100년사, 위대한 정전 10선’을 목록에 올렸다. 이로써 전 세계가 한국영화의 일대기를 주목할 수 있는 발판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세계 3대 국제 영화제에 한국영화가 초청되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그만큼 한국영화가 아시아 내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도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BIFF의 위치도 함께 나아가고 있지 않을까.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영화와 BIFF 둘 다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제25회 BIFF를 기다리며 지나간 24회 BIFF에 박수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김채우 기자

codn18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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