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나고 난 뒤] 42, 블랙팬서의 영웅을 추모하며 ‘와칸다 포에버’

#1. 인종 차별의 벽을 허문 ‘42’

“이건 백인들의 경기야. 이 무식한 원숭이야. 강제 노동이나 하던 흑인 노예가 무슨 야구를 하나. 농장으로 돌아가라!” 상대 팀 필라델피아 감독의 폭언에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재키 로빈슨(채드윅 보스만)은 뜬공으로 물러난다.

타석에서는 몸쪽 위협구가 끊임없이 날아왔다, 수비하던 1루 베이스에서는 주자의 고의적인 거친 발길질에 시달렸다. 끓어오르는 분노는 더그아웃 복도에서 폭발한다. 배트로 벽을 내리치며 피를 토하는 울분을 쏟아낸다. 그렇지만 끝내 참는다. 영화 ‘42’는 백인과 흑인의 야구 리그가 갈라져 있던 시절, 메이저리그(MLB)에 입성해 인종 차별의 장벽을 무너트린 재키 로빈슨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다.

 

#2. MLB 전 구단 영구결번이 된 ‘42’

로빈슨은 백인 선수들로 가득한 MLB에서 명예의 전당까지 올랐다. 당시 흑인 선수들은 ‘니그로 리그’에서만 뛰어야 했다. 로빈슨은 28세에 늦깎이 데뷔해 신인상, MVP 등 10시즌 동안 타율 0.311에 137홈런을 기록했다.

‘42’는 로빈슨의 등 번호. 당시 로빈슨의 다저스 동료들은 42번을 총으로 쏘겠다는 협박에 항의하는 뜻으로 모두 42번을 달고 출전하기도 했다. 1997년 전 구단 영구결번이 됐다. MLB 30개 구단의 모든 선수는 ‘재키 로빈슨 데이’(4월 15일)에 42번을 달고 경기한다. 4월 15일은 1947년 로빈슨이 데뷔한 날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개막이 연기되면서 8월 28일로 미뤄졌다.

 

#3, 2020년 8월 28일 ‘재키 로빈슨 데이’

‘42’에서 재키 로빈슨을 연기했던 할리우드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결장암으로 ‘로빈슨데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슈퍼 히어로였다. ‘42’(2013), ‘마셜’(2017), ‘블랙팬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018), ‘어벤져스:엔드게임’(2019), 그리고 유작이 된 ‘마 레이니의 검은 엉덩이(2020)…. 그가 그려낸 배역들은 위대한 서사시였다. 흑인사회의 희망이 됐고 연대의식과 참여를 끌어냈다.

그의 대표작 ‘블랙팬서’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마블 영화의 첫 흑인 영웅에 팬들은 열광했다. 보스만은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 와칸다를 이끄는 왕 ‘타찰라’를 연기했다. 신비의 금속 비브라늄으로 강한 국력을 키운 와칸다는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역사적 트라우마에서 해방되는 감정을 느꼈다. 보스만은 흑인 영화 팬의 희망과 자부심의 상징이 됐다. 영화 속 ‘와칸다 포에버’ 인사법은 실제 흑인들의 인사법이 됐다.

 

#4.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행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에 서명한 지 100년이 되는 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대리석 계단에 올라 25만 군중 앞에 역설했다.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의 어린 자식들이 그들의 피부 빛깔이 아니라 그들의 인격으로 평가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뒤 미 전역에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흑인 제이콥 블레이크가 세 아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이 쏜 7발의 총격으로 중태에 빠지면서 인종 차별 반대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졌다.

보스만은 생전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보스만은 숨지기 전 미 역사상 첫 흑인 여자 부통령 후보 민주당 해리스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보스만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은 올해 미국 대선 투표 독려였다. 슈퍼 히어로가 남긴 울림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와칸다 포에버’

 

아시아경제 편집부장 조영철

yccho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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