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부산국제영화제, 온라인 상영으로 새로운 포문을 열다

 

위기 속에서 보석처럼 찾은 기회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전체적으로 작년과 비교해 약 100편 정도 적은 192편으로 영화제를 구성했다. 프로그램 섹션 또한 일부가 폐지됐지만 결국에는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68개국의 나라에서 훌륭한 작품을 선정했다. 정체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애쓴 영화인들, 그리고 그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밤낮을 일한 이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정체기 속 초청된 <반도>, <행복의 나라>

세계 4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2020 칸 영화제도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됐다. 칸 영화제는 무기한 연기하는 대신 초청작을 발표하면서 개최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이번 칸 영화제의 경우 연상호 감독의 <반도>와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가 우리나라 유일한 초청작으로 꼽혔다.

작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워낙 큰 무대에서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다 보니 올해의 업적이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은 영화계 발전의 ‘정체기’라고 해도 될 만큼 좋은 작품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말한 영화가 형편없다는 말이 아니다. 많은 작품이 세상에 나오면 그만큼 좋은 작품도 많이들 이름을 떨치는 법인데, 올해 개봉한 영화 자체가 많지 않다. 100편이나 적은 영화를 선정했다는 것만 봐도 영화계가 얼마나 정체기에 도달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올해 7월에 개봉한 <반도>는 한국 내에서도 작품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같은 좀비 영화인 <부산행>과 비교하며 혹평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고, 재밌게 잘 봤다며 칭찬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의견이 너무 극과 극으로 나뉘는 탓에 일명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가 됐다. 한마디로 대중성은 놓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칸 영화제가 이 영화를 초청작으로 선정한 것은 ‘대중성’만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성은 감독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고유의 가치도 감독이 만들어간다. <반도>를 제작한 연상호 감독 역시 본인의 작품에 대한 가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 가치를 알아본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에 맞이한 국면

매년 의식을 치르듯이 중요한 행사로 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지만 예정된 기간을 미루고도 ‘개막 취소’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지속될 경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취소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개막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성공적인 영화제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코로나19의 확산 앞에서 영화계도 이렇게 무너지는 것인지 모두가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다행히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었고 수많은 영화인의 뜨거운 응원을 받아 21일부터 영화제의 개막을 알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코로나19의 확산 전후로 시대가 나뉘었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것을 말한다. 자택 근무, 화상 회의, 온라인 강의 수강 등 실생활에서 비대면으로 업무 및 교육을 진행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갑작스러운 시대적 변화에 모두 당황했지만, ‘비대면 방식’은 먼 미래 언젠가는 열어야 했던 포문이었다. 2020 부산국제영화제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 예매를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던 영화제의 풍경은 하나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좌석을 평소의 10분의 1로 줄이고 모든 표 예매를 온라인으로 진행해 이를 마주할 수 없었다. 또 야외무대 인사, 오픈 토크 등 각종 행사를 취소하면서 아쉬움도 남겼다.

하지만 전에는 없던 ‘비프 온에어’를 도입하면서 △감독과의 만남(GV)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포럼 비프 △시상식 △기자회견 등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전보다 좌석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온라인으로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배출구가 됐다. 특히 여러 전문가가 모여 영화제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발표를 진행하는 포럼 비프의 경우, 한정된 이들과 진행하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이 훨씬 득이었다. 그들이 영화에 대해 나누는 깊이 있는 토론이 유튜브 채널에 ‘기록’이 된다는 점, 양질의 지식을 누구나 들을 수 있고 궁금증에 대한 질문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아직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감상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인 가운데 이번 영화제는 아쉽게도 직접 방문하지 못한 이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영상별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최적화된 분야가 있다. 이를 잘 활용해서 적절한 중간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도 일부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면 영화산업의 발전에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막조차 하지 못할뻔했던 2020 부산국제영화제지만 좌석 간의 철저한 거리두기 시행·입구에서 진행한 열 체크 및 방역 조처로 현재까지 영화제로 인한 감염자 0명, 성공적인 오프라인 및 온라인 상영으로 위기 속에서 반짝 빛을 발했다.

 

◆부산국제영화제로 본 영화산업의 변화와 위기

부산국제영화제도 일부 온라인 상영을 시행함과 동시에 극장 및 OTT(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동안 사람 간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극장 상영이 대폭 축소했고, OTT 매체 회원이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보였다. 실제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작년 9월과 올해 9월 관객 수는 무려 약 84%가 줄었다. 가장 많이 하락한 달은 5월로 약 92%나 하락했다. 관객 수가 줄어든 만큼 상영 횟수도 감소했는데, 작년 9월과 올해 9월을 비교했을 때 약 38%가량 축소했다.

이렇듯 갑작스럽게 영화산업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영화인들의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극장 상영과 OTT를 대립구조로 바라보고 어떤 방식이 옳은 것인지 다투고 있다. 지금 당장 극장 상영이 폐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온라인 상영이 현실화하면서 존재의 위협이 된 것이다.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영 중 어떤 방식이 널리 이용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의 방식이 사라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온·오프라인 상영을 함께 진행해 왔다. 온라인 상영의 위상이 높아졌을 뿐 극장 상영을 폐지할 이유는 아직 없다. 극장에서 관람하는 영화는 큰 스크린, 고품질 음향, 편안한 관람석, 나아가 IMAX 상영까지 OTT가 가지고 있지 않은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여전히 영화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 과학의 발전으로 비대면 방식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발 빠르게 영화산업의 방향성을 결정할 단계다. 또 이 위기를 기회 삼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사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는 코로나19 발발 이전에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칸 황금 종려상 및 오스카 수상 감독이 탄생하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은 사실상 높아지고 있었지만, 한국 영화의 발전에 어려움을 주는 문제가 따로 존재했다. 바로 창작자에 대한 대우 및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력과 재산이 필요하기에 영화관, 투자, 배급사, 제작, 마케팅 회사 등의 기업 개입이 들어간다. 하지만 영화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감독과 작가다.

감독, 작가가 없는 영화는 영화라 할 수 없으며 껍데기뿐인 자본주의적 영상만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감독과 작가가 아무리 훌륭해도 경제적으로 제작할 여건이 부족하면 양질의 영상물을 제작할 수 없다. 결국, 예술과 자본이 서로 상생하며 탄생하는 것이 영화인데, 구조적 조건이 절대적으로 감독과 작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게 실정이다. 그 때문에 수많은 감독이 본인의 개인 자산을 투자하거나 빚을 내서 영화에 투자하고 있다. 영화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따지기 전에 한국영화산업이 나아가기 위한 구조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하정윤 기자

wjdyoon14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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