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나고 난 뒤]1940년, 1964년, 그리고 2020 도쿄올림픽 ‘세 번의 잔혹사’

#. 미국의 일본 ‘여행 금지’가 던진 질문

“도쿄올림픽, 열리긴 하는 건가요?”

요즘 세계 스포츠계에서 가장 ‘핫’한 질문이다. 모두가 정말 궁금한데, 누구 하나 명확한 답을 못한다. 그동안 ‘할 것 같기도 하고, 안 할 것 같기도 하다’는 애매한 대답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도쿄 올림픽 개막(7월 23일)이 대형 악재를 만났다. 세계 최대 스포츠 강국 미국이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상황을 우려하며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아직 도쿄올림픽 참가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미국이 이번 결정으로 불참까지 결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미 국무부는 5월 24일(현지 시각) “질병통제센터(CDC)의 권고에 따라 일본에 최고 단계의 여행경보인 ‘여행 금지’ 조처를 내린다”고 전격으로 발표했다. CDC는 “여행자들은 모든 일본 여행을 피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여행자라도 코로나 19 변이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의 코로나 19 상황은 심각하다. 5월 초 일일 신규 확진 자수는 7,500명까지 올라갔으며 연일 4,000명가량의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은 5%대(5월 말 현재)로 저조하다. 미국의 이번 결정이 도쿄올림픽에 사실상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스포츠는 “미국 선수단의 올림픽 불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왔다”라며 “미국이 참가할 수 없게 되면 세계 각국에서 동조하는 사례도 예상된다”라고 우려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올림픽 자체가 취소되거나 강행하더라도 파행 운행이 불가피하다.

 

#. “누가 무슨 권리로 올림픽을 강행하나?”

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올림픽을 열면 변이가 만연하게 되고 결국 국내총생산(GDP) 하락 등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지금 (일본) 국민의 80% 이상이 올림픽 연기나 취소를 희망하는데 누가 어떤 권리로 강행하는가?”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최근 자신의 트윗을 통해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려는 일본 정부 비판에 가세했다.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이 치 봐’를 운영하는 라쿠텐그룹의 최고경영자(CEO) 미키타니 히로시는 CNN 인터뷰에서 “(올림픽 강행은) 자살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계에 이어 일본 기초자치 단체장인 사이타마현 사카도시의 이시카와 시장은 “감염자는 훨씬 많다.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올림픽을 하면 일본이 망한다”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 도쿄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아사히신문마저 5월 26일 자 사설을 통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올림픽 취소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일본의 유력 신문이 사설을 통해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올림픽이 정권 유지를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라고도 비판했다.

신문은 올림픽 헌장이 사문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올림픽 헌장은 기회의 균등과 우정 등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코로나 19로 올림픽 지역 예선에 참여하지 못한 선수가 있고, 백신 보급이 진행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격차가 있으며, 각국 선수들과 일본 주민의 교류도 어렵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 도쿄올림픽의 역사는 왜 이리 잔혹한가

도쿄올림픽 역사는 1940년 제12회 대회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아시아의 맹주 일본은 올림픽을 통해 제국의 위용을 자랑하고 싶었다. 일본은 올림픽 유치까진 성공했지만, 대회는 열리지 못했다. 1937년 일본이 중·일 전쟁을 일으키자 전 세계가 반발했다. 결국 국제사회 여론에 밀린 일본은 개최권을 반납했다.

일본은 이어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의 참화를 딛고 올림픽 개최국으로 화려한 부활을 꿈꿨다. 1964년 제18회 도쿄올림픽은 그런 일본의 의도에 많은 논란을 낳았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와세다대 1학년 사카이 요시노리라는 19세 청년이 성화 봉송 최종주자로 나섰다. 세계 언론은 그를 ‘원폭 소년(atomic boy)’으로 불렀다. 사카이는 원폭 당일인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다.

이번 제32회 도쿄올림픽을 통해서도 일본이 보여주고 싶었던 건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를 딛고 일어선 ‘재건과 부흥’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2020년 열릴 예정이던 대회가 1년 연기되더니 다시 개막을 앞두고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일본 정부와 IOC는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태도지만 내심 서로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점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일본은 과거에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아 대규모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 바로 후쿠시마 원전 참사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10년 전 상처를 극복한 ‘부흥의 상징’이라 규정했는데 현실은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스가 일본 총리에게 도쿄올림픽은 이제 너무 ‘위험한 게임’이 됐다.

 

조영철 아시아경제신문 편집부장 yccho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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