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가난’이 자극적 콘텐츠로 소비된 이유

공존해 온 ‘빈곤포르노’, 반복되는 자본적 이기주의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계층이 존재한다. 일명 ‘금수저’라 불리는 소수의 상위 계층, 평범하다고 분류되는 중산층, 그리고 사회의 밑바닥으로 불리는 소외계층까지. 사회단체와 인권 운동가들은 장애인, 저소득층, 한부모 및 소년·소녀 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해 왔다. 후원과 기부를 권유하는 광고를 보고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건네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저 ‘상위 계층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연극’이라면 어떨까.

최근 소외계층의 빈곤한 상황이나 특수 상황을 연출해 사회 실험 관찰 카메라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일미터(One_Meter)’가 큰 논란이 됐다. 지난 7월 23일 게시된 ‘가난한 남매가 음식을 하나만 시킨다면?’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19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의 내용인즉, 가난한 두 남매가 식당에 들어가 국수를 먹는데 돈이 없어 충분히 먹지 못한다. 그걸 본 가게 사장은 돈을 받지 않고 음식을 공짜로 챙겨줬다. 이런 따뜻한 모습에 사람들이 감동한 것도 잠시, 수상하다는 의견과 함께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너무나도 선명한 화질, 곱창집에서 굳이 국수를 먹는 아이들, 몰래카메라인 줄 몰랐다고 발뺌하는 사장의 모습이 의심을 샀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해당 가게의 홍보 글 게시까지 의심할만한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연기자 구인 사이트 ‘필름메이커스’에는 ‘1M’라는 아이디로 작성된 ‘유튜브 일미터에서 가난한 아이 연기에 어울리는 아역 배우를 찾습니다’라는 게시글까지 확인됐다. 이렇게 확실한 증거를 기반으로 제시된 의혹에 대해 일미터 측은 ‘주작 영상이 아닌 실제 가게 내 반응을 담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대중은 이와 비슷한 미디어 콘텐츠를 일상 속에서 심심치 않게 접해왔다. 한겨울 붕어빵을 파는 청소년의 모습을 연출한 세이브더칠드런, 결식아동 후원을 위해 대역 연기자들이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광고를 제작한 월드비전, 굿네이버스의 결식아동 후원 광고 포스터 속 우울한 표정을 짓는 아이의 모습까지 TV·SNS 광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이들도 모두 연출된 장면이다.

해외의 후원 광고 또한 비슷하다. 힘들게 식수를 나르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광고는 연기자를 섭외해 연출한 상황이다. 촬영이 끝나자 여느 배우처럼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까지 찾아볼 수 있다. ‘기부’는 소외계층을 돕는다는 본질적 의미를 잃은 단체가 후원금을 모금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는 실제로 힘겹게 삶을 이어나가는 소외계층 사람들과 연출된 장면을 믿고 기부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자극적인 연출 장면으로 구성된 광고를 앞세워 활동하는 단체들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들이 진정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인지, 혹은 연민을 이용해 더 많은 후원금을 모금하려는 자본적 이기주의의 결과물인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한 이들은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로 사람들에게 안대를 씌워 판단력을 흐린다. 우리는 안대를 벗고 그들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또 어떤 것이 진실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재윤 기자 xoxocarson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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